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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SO KYTE

so-kyte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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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도 버전이 있다."

 

{service_name} 1.0.0 release - 🚀 launch
{service_name} 1.0.1 release - 🛠 bug fix
...
{service_name} 2.0.0 release - ✨ new update ✨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가 이런 식으로 버전 관리되며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버전이 올라갈 때마다 개발팀은 목표를 설정하고,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오류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과정이 다음 버전의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익숙한 경로를 따라

나도 1.0.0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지만, 주변의 피드백을 듣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성장해 나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는 1.5.x .. 정도의 버전이었을까?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대한민국의 입시 교육을 거쳤고, 성적과 어느 정도의 꿈에 맞춰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큰 고민 없이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며 20대 중반까지 달려왔다.

 

그동안 크고 작은 오류를 수정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마이너/패치 버전 정도의 업데이트를 꾸준히 해왔다.

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개발을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동료들의 피드백을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개선했으며, 단순한 코딩 공부를 넘어 개발자로서 갖추면 좋을 역량을 키우기 위해 동아리 운영/개발 부트캠프 수료/IT 컨퍼런스 TF팀에도 합류 등 .. 여러 경험을 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며 다음 버전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개발자 버전(1.x.x)에서는 더 이상 내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새로운 목표가 없다는 것을, 나의 경험이 더 이상 흥미롭지 않다는 것을 자각했다.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했다.
그렇게 커리어 전환이라는 큰 업데이트를 결정했다.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

iOS 개발자에서 DevRel로의 전환을 결심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DevRel 직군은 한국에서 아직 흔하지 않았고, 채용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대부분 뛰어난 기술적 경력을 가진 전문가를 원했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조금 틀어, DevRel과 유사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개발 교육 운영 분야로 진입했다.


Goorm과 Day1Company에서 교육 운영을 담당하며, 개발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교육 과정과 환경을 설계하고 적용했다. 그 과정은 나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고, 내 능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결국, 과부하가 왔다. 번아웃이었다.

너무 자주, 너무 촘촘하게 버전을 쪼개어 업데이트한 탓일까?
아니면 충분히 스스로를 돌아보거나 주변과 소통하지 않은 채 급하게 업데이트를 진행한 탓일까?

.. 혹은 나랑 맞지 않은 업무/환경이었을까? 

 

결국,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내 안의 무언가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성장은 단순히 버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을 점검하는 과정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고 겉으로 보이는 업적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다음 업데이트는 단순히 더 나아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3개월간 쉬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 '나는 어떤 사람일까?'
  •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 사람일까?'
  •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본다면 어떤 흐름이 보일까?'
  •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리고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유저 인터뷰를 하듯 주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보는 나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 스스로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보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김소연'이라는 존재를 더욱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여러 가능성을 고민했다.

개발 환경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일까? 사무직이 아닌 현장직이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더 맞는 길일까? 공무원 준비를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니, 나는 여전히 IT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고, 개발자로 공부했던 경험을 살리고 싶었다. IT 업계 특유의 성장하는 문화, 협력하는 분위기가 좋았고, SOPT 임원진과 IT 컨퍼런스 운영 경험을 통해 개발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는 것도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루틴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개인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시간에는 업무 외적인 나의 성장을 위한 활동(ex, 운동, 독서, 글쓰기 같은 것들)이 필요했다. 또한 나는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적용하고 나의 목소리를 내며 변화에 기여할 때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목표와 니즈를 펼칠 수 있는 회사를 찾아 나섰고, 현재의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만족하며 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2.0.0 버전이다.

어떤 버전에서는 큰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고, 어떤 버전에서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때로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고,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쌓여 다음 버전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전공 수업이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되었고,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서 시작했던 SOPT 임원진 경험과 IT 컨퍼런스 기획/운영 경험이 지금의 DevRel 직군으로 가기 위한 기반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실패라고 느꼈던 순간들, 되돌리고 싶었던 선택들이 결국에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모든 경험이 하나씩 쌓여 나만의 자산이 되었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지금의 나를 형성해주었다.

 

 

그러니 지금의 나에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아직 개발 중인 베타 버전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도전하고, 때로는 불필요한 것을 삭제하며 다듬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필연적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 버전의 나는 꽤 괜찮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마치 시간이 지나, 아이폰 6s가 역작이었다고 회자되는 것처럼.

 

그러니 지금의 상황에 크게 흔들릴 필요 없다.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참고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버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버전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업데이트 중이다.

 

 

+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업데이트를 응원합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길 바라며, 혹시 어려움을 마주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무엇보다 사랑과 평온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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